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중소·중견 제조업체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만든 뒤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사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 방산 부품을 납품하는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이 걱정돼 은행에서 환헤지 상담을 받았지만,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가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비용 부담 때문에 환율을 전담할 인력도 두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환율 상승의 부담을 협력사에 고스란히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방산, 태양광, 배터리 부품을 납품하는 한 중견 제조업체 대표는 "최근 원청과 계약할 때 원자재 수입 기준 환율을 1,300원대로 정했다"며 "현 시세 대비 200원 안팎의 손실을 협력사가 모두 떠안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고정 환율을 기준으로 납품가를 정하는 관행이 문제인데, 환율이 빠르게 오르더라도 원청은 납품가에 이를 반영해주지 않거나 늑장 반영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감이 끊길까봐 이런 불합리한 조건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협력사들의 환율 위험 대응 능력은 대기업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환헤지 상품을 이용하려면 계약 금액의 10~20%에 달하는 현금을 증거금으로 예치해야 하며, 수수료 부담도 크다. 더욱이 은행이 요구하는 최소 거래 단위(건당 수십만 달러)를 맞추기도 어렵고, 수출 실적 증빙 서류 제출도 까다롭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입 중소기업 중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이 전체의 87.9%에 달할 정도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환율 변동에 무방비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