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발발 이후 원유 가격이 50%,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53% 급등하면서 ECB(유럽중앙은행)가 심각한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ECB는 2026년 2월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하며 인플레이션이 안정됐다고 평가했지만, 에너지 쇼크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월까지 1.7%였던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이제는 목표치(2%)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제 연말까지 ECB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점점 높게 보고 있습니다. 도이체방크의 기본 시나리오는 2026년 내내 금리를 동결하고 2027년 중반에 인상하는 것이지만, 유가 쇼크가 길어지면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3월 19일 열릴 ECB 회의는 이번 에너지 충격의 영향을 공식 경제 전망에 처음으로 반영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ECB가 직면한 딜레마의 핵심은 '공급 충격발 인플레이션'입니다. 기름값이 올라 물가가 뛰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잡을 수 있지만, 가뜩이나 취약한 경기 회복세를 꺾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ECB는 일본은행,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과 함께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가장 어려운 통화정책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